인간사에 관심이 없을수록 우리는 평화롭고 만족스럽게 지낼 수 있다. 그 틈에 바이런이나 읽자. 이미 말한 것처럼 1세기나 지난 지금 내가 바이런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상, 그의 시에 관한 내 판단은 편파적일 수 있다. (......) 바이런에게는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이것이 바이런의 시에 강인하다는 느낌을 주며, 그 느낌 때문에 나는 바이런의 시를 읽는 동안 주위 경치나 방 안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나 그의 시를 절마다 즐겁게 읽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읽기를 마친다는 것이 왜 즐거운지 알 수 없다. 책이란 좋은 책이든 나쁜 책이든 늘 그렇다. 메이너드 케인즈도 같은 말을 했다. 케인즈는 한참 책을 읽는 도중에 앞으로 읽어야 할 부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기 위해 항상 책 끝의 광고를 찢어 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1918년 8월 8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