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빛나던 스물의 시절에
나는 늘 listener였고, 그래서 내가 단정한 목소리로 몇 문장 말하면, 모두들 이제 온전한 너의 턴이니까, 하는 눈빛으로 경청해 주었고, 그래서 먹혔고, 그래서 습관처럼 침묵했지만, 이례적으로 발화하는 순간 심장이 고동쳤고, 이 고동은 어떤 표식처럼 명징하며, 확실하게, 내 승리를 보장했다.
모두가 발언권을 가지고, 모두의 뇌가 돌아가고 있다고 믿던 시절,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던 시절에서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예의 그 생기와 패기와 무례함과 저돌적임은 어따 팽개쳐 버린 것일까.
생각해 보면, 나는 돈을 내고 커뮤니케이션했던 시절이나, 돈을 받으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지금이나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관계 맺는데. 모두들, 야속하리만치 변해 버려서, 털끝만큼도 변하지 않은 나는, 여기저기 모가 난 셈으로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