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들롱이 나왔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고, 통 집중하지 않아서 단편적인 이미지만 몇 개 남았을 뿐이지만.
마들렌이나 휘낭시에 같은 빵(?)과자를 좋아하게 된 지금으로서는, 역시 프루스트에 대해 언제까지나 귀닫고 있을 수도 없으므로 기회를 통해 <스완의 사랑> 완역본을 손에 넣고 읽게 되었다. 책 판형이 꽤 부담스러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뭔가 프루스트 연구자가 된 느낌이었다(리틀 미스 선샤인에 나오는 삼촌처럼)
<스완네 집 쪽으로>보다 좀 더 읽기 편했다(라고 하면 의심할는지 모르지만 정말로 그랬다!) 그새 나는 이러한 문어체에 좀더 익숙해져 버린 건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예전처럼 한 문장 한 문장에 감동할 만한 태도가 전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스완은 미술 애호가로 결혼 전에 고급 창부와의 애정 행각을 집안 어른들에게 들켰다.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된 오데트의 안내로 스완은 저속한 브루주아의 살롱-베르뒤랭 부인의 작은 동아리-에 가입한다. 처음 가 본 만찬회에서 연주된 뱅퇴유의 소악절이 스완과 오데트를 육체적으로 결부시키는 계기가 된다. 오데트에 대한 스완의 열정이 스완의 고상한 취미마저 변하게 하고, 오데트는 포스슈빌 백작과도 염문을 일으킨다. 샤를뤼스 남작이 등장하고 스완은 베르뒤랭 부인의 살롱에서 소외 당한다. 질투와 고뇌 속에서 스완의 성격은 변하고, 생 퇴베르트 부인의 야회에서 다시 뱅퇴유의 소악절을 듣게 된다. 오데트에 대한 스완의 사랑은 마침내 무관심으로 끝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발 다 읽고 독후감을 쓰고 싶다.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를 본 것을 기점으로 읽고자 결심했던 작품을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반도 못 읽은 걸 생각하면 착잡하다. 여전히 마들렌이나 먹고, 온전히 나의 기억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개인적인 기억을 냄새화(?)하는 과정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