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숑 씨의 여행



모든 결혼에 관한 에피소드는 재밌다.
아, 정정하자면 결혼이라는 지속 행위가 아닌 결혼식이라는 단위 이벤트 말이다.

그리고 프랑스 특유의 위트.
오랜만에 소극을 봐서 그런지 대본이라는 생각도 잊고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종이 페이지의 물적 감각을 잊는 경험을 했다. 한번 열면 멈출 수 없다는 프링글스식 독서를...-_-

저자인 라비슈는 19세기 사람으로, 파리 출생이다. 1838년 《드 쿠알랭씨 또는 무한히 예의바른 남자 Monsieur de Coyllin, l’homme infiniment poli》로 보드빌 작가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보드빌이라고 하면 조금 가벼운 오락물을 이르는데, 제목을 잘 짓는 걸 봐선 요즘 태어났어도 잘 살았을 성싶다. 어쨌거나 첫 책으로부터 잇달아 100편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여, 19세기의 대표적 희극작가가 되었다.





당시 만연했던 부르주아 근성을 고발하면서도, 따뜻한 관점을 잃지 않았기에(프랑스 작가들은 다 이런가?) <페리숑 씨의 여행>도 웃기고 창피하면서도, 어쨌거나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기억하게 만든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투쟁을 젊은이다운 패기로 진행해 나가는 두 남자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소시민적인 예비 장인어른 페리숑 씨가 적절한 분량으로 다루어져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