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지붕의 알리바이다
지나가는 고양이를 움켜쥐고 지붕의 붉은 울음이 솟아난다
벨벳의 검은 꼬리가
지붕의 등을 오래오래 어루만졌다
죽은 장미를 버렸다 항아리의 고인 물을 따라
붉게 떨리던 시간의 한 때가 하수구 속으로 흘러갔다
장미는 항아리의 알리바이다
크고 검은 장화 속에서 흰 발이 걸어나왔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ㅡ한밤중에
빈 항아리를 힘껏 껴안았다
내가 부서졌다.
진은영, <한밤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