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사람이 덜 나이 든 사람에게 다짜고짜 하대하는 것이 참 싫다. 37세 김미래에 비해 23세 홍길동이 "경험하지 못했다"라고 단언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다만 37세 김미래에게 23세 김미래는 조금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해 더 무사히 견뎠다고 회고할 만한 이 시점에서 좀 대견해해도 괜찮겠지.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로렌스 애니웨이를 봤다. 23세 자비에 돌란의 경험은 분명히 값졌다!(그는 자신을 구했고, 타인도 구했다.) 어떤 이의 삶의 파편은 영감이 되고, 정직한 노력으로 그 영감은 만질 수도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도 있게 옷입혀져서 경험 적은 사람의 환상이 되거나 경험 있는 사람의 추억이 된다. 오늘 본 영화에는 어느 시점의 내가 들어 있었는데 오늘 보지 않았다면 난 그 경험을 장면화해서 생각지 못했을 거다. 운 좋게도 내 경험은 타인의 노력으로 갈무리되었고 이걸 자양분 삼아 내 삶은 또 한동안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