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까지만 해도
착석의 의미는 내게 굉장해서
어떤 보잘것없는 강의나, 낭독회나, 설명회에서도
붙박힌듯 자리를 지키고는 때로는 질의응답까지 해가면서 열의를 보였다
그것이
내게는 최소한의, 그러나 상대를 향한다기보다는 내 자신을 향한 예의였다고 생각한다. 젊은 나는 방사형으로 펼쳐진 나의 주변에 대해 늘 적잖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이 애정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가치판단을 할 수 있고, 때로는 열렬히 그것을 사랑하고 심상히 무시하고 심지어는 혐오하기도 한다는 온당한 자유에 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개의 나 중에는
포기하는 나도 있음을 알고 있다
범상하고 무난한 일상이 어떤 것의 포기로 인해 획득한 기회비용적인 가치를 나는 적절히 이용하고 활용할 줄 안다. 질문보다는 침묵의, 방랑보다는 머묾의, 고민과 판단보다는 유예의 힘이 알맞게 파급됨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