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7일.
이때는 효미가 취직한 지 이틀 정도, 나는 취직하기 열흘 전쯤의 시점이다. 취준은 역시 힘들고 지겨운 터널과도 같지, 라고 유세를 떨며 이야기하고 싶지만 실은 나는 그 백수생활이 매우매우 즐거웠기 때문에 하루를 시 혹은 분 단위로 나눠서 차곡차곡 계획을 짜보던(그러나 그 모든 장대한 계획의 9할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효미와의 추억들이 너무나 좋고 그립다.
입사 시 가장 고려하는 조건은 보수이고, 퇴사 시 가장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대인관계(회사 내부의 분위기)라는데 효미는 월급 받는 하루가 한달 중 유일하게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나는 월급을 받지 않는 29일의 무던하고 소소한 재미를 동력으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거의 반대로 회사를 골랐다. 나오는 시점도 아마 틀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고통이 어느 정도의 성장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어느 정도의 일리가 있으므로(나도 역시 손에 열심히 손금을 그어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 따위를 좋아하는 고루한 사람인 걸까) 그녀의 고난이 그녀를 조금더 매끈하게 다듬어주리라는 것을 막연히 예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더이상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울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관점으로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