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아니 이런... 벌써 재작년 겨울!
꼬마애들에게 디즈니 만화를 읽어주는 어학원에서 파트타임을 한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 올 무렵,
카드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준비해온 애부터 반짝이풀, 여러 장의 색지, 무늬가 있는 스카치테잎 등을 가져오거나, 빈손으로 온 아이도 있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몇몇 얼굴이 떠오르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다만 한글도 제대로 못쓸정도의 아주 어린애도 더러 섞여 있던 걸로 기억한다. 영어학습의 일환으로 그들에게는 모두 미국식 이름이 주어졌는데, 가장 말 안듣던 아이 중에 제임스란 녀석이 있었다.
얼굴은 허여멀건해가지고 뺀질뺀질대며 여자아이들 놀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 어학원에는 나 말고 두 명의 여선생님이 더 계셨는데 그중에 아주 귀엽고 상냥한 선생님이 한 분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보나. 한글 이름인데 영어로도 발음하기 쉬워서 유학 시절에도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돌아온 학원.
보나 선생님은 예의 그 얼굴을 찡그리는 듯한, 그러나 한편으로는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한 묘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한 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내민다.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이어 뭐 이런 식상한 인사가 적혀 있었는데... 마지막 줄을 보고는 나도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맨밑에는
ㅡyour james
라고 적혀 있었다.
선생님의 제임스에게서 카드가 왔군요!
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지금도 그 your james라는 말을 곧잘 떠올린다.
너무나 앙증맞고 깜찍한 그 마음이 좋다.